62회 방송후기
이번에는 발언권을 얻기 위해 해보겠다고 한 것들을 상당수 해 보았습니다. 메일을 전송해서 조언을 구하고, 카페에 질문 올리고, 지하철 타고 가면서 최대한 짧고 말하기 쉽게 문장을 다듬는 일들 말이죠. 조언을 해 주신 이태윤 선배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방송 끝난 후 집에서 자기 직전에 문자를 확인해보니 축하 인사까지 보내 주셨더라고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야 겠군요.
하지만 못했던 일은, 애초에 시민토론단 질문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자료'를 카페에 올리고 제가 약간이라도 읽어가는 공부를 우선 못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질문이 올라올 경우 마찬가지로 최대한 짧고 말하기 쉽게 문장을 다듬어서 가져가서 사전 토론 시간에 얘기를 하는 것 또한 제 발언을 다듬는 데 좋은 연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행히도 이번 주는 그렇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한가지는, '복습'입니다. 이렇게 후기 올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긴 하지만, 해당 부분을 반복해서 보고 반복해서 다시 똑같은 내용을 방송에서 발언하듯이 꾸준히 반복 연습하고 그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여기나, 아니면 전 세계 네티즌에게 공개하는 거죠. 문제는 제 자신에게 물어보니 후기를 쓰고 다른 분들의 발언까지 인쇄해서 가지고갈 근성은 있는 것 같은데, '동영상 재 감상과 재 발언 연습'을 하기에는 스스로가 많이 부담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리해서 밀어붙이지는 말고 꾸준히 갈 생각입니다.
말을 도중에 끊거나, 아니면 민주당 사무총장님의 발언이 막 끝난 직후에 추가 질문을 할 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어차피 질문권은 저에게 있었으니 말이죠. 원래 제가 질문하려던 바 자체가 '노무현 정신'등 중앙의 일만 강조하느라 지방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정책등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였고, 민주당 사무총장님은 '노무현 정신'이라는 출구를 이용해 제 질문을 '보수 언론과 똑같은 시각'이라는 답변으로 넘겨버렸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압박감이란 것은 정말 강했습니다. 제 자신의 한계도 느꼈고요. 앞으로는 깰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마무리 발언 때 두 비정치인 패널분들께서 '정책 공약 사이트'를 말씀해 주셨는데 애초에 그 발언을 민주당 사무총장님이 해 주셨다면 제 질문에 대한 상당히 정확한 답변이 되리라는 겁니다. '저희의 정책 홍보에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 분들께서 정책 공약 사이트 등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면 저희가 한나라당에 비해 정책 홍보 및 수립에 많은 공을 기울였다는 점을 아실 겁니다.'라는 식의 답변 말이죠. 추가 질문을 망설인 또 다른 이유는 '정책 선거가 되는 것을 가로막는 선거법'얘기가 제 질문 전에 나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추가 질문을 할 경우 다음과 같은 답변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정책 공약을 홍보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희가 당선되면 정책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선거법을 재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는 이렇게 답할 수 있었을 겁니다. 중앙의 일만 논의하는 게 아니냐는 식의 추가 질문을 했을 경우 '경기도, 강원도 북부는 북한과의 갈등이 고조될 경우 지역을 발전시키기 상당히 힘들어집니다. 충남 지역은 세종시 문제가 걸려있고요. 전국 곳곳이 4대강 사업에 의해 멍들고 있습니다. 무상 급식은 바로 각급 지자체서 시행할 수 있는 일이고요. 비록 저희가 중앙의 정책만 가지고 싸우는 것 같지만, 사실상 저희는 지방의 복리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사전 토론 시간 때 이 모든 것을 다 얘기해보고 들어가지는 못했고, 질문전 패널들간의 공방을 보면서 머릿 속으로 생각해본 예상 토론 진행이었습니다.
발언 전후로 지적받은 바로는 '책 읽는 느낌이 난다, 메모 해 놓은 것 보지 말고 그냥 평소 PPT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 긴장할 필요 없다, 아직도 탁탁 끊어지는 느낌이 있다' 등이네요. 발언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 지난번 첫 발언과, 작년 2학기 때 독서와 토론 교수님으로 부터 받은 지적이 떠오르더군요. 목과 가슴에 힘이 들어가 있고 목소리의 높이가 '최적화된 목소리'에 비해 높아서 상대방에게 거북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지난번 발언 때 목소리 톤이 좀 높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이번 발언 때는 작정하고 목소리 톤을 낮추고자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좀 지나쳤는지 발언하면서 제 자신이 약간 우물우물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메모해 놓은 것에 의지 안하고 말할 수 있을 정도면 굉장히 뛰어나다고 말을 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30초~1분 발언이기 때문이니 말이죠. 하지만... 다음 번 발언부터 당장 기억에만 의존해서 발언하려고 했다가 3초~5초간만 기억이 안나서 말을 못 잇고 있다면 방송 사고라고 들은 기억이 있으니 골치아플 것 같고요. 그 3초~5초간 여유있는 표정을 띠면서 해당 패널을 지그시 응시하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면 '프로들이 무대 위에서 벌어진 실수를 관객들이 모르게 극복하는 방법'이 되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일단은, '핵심어'만 다 적어놓은 메모지를 들고 발언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즉, 완전한 문장들로 구성된 최종본 메모를 버린 후, 다시 핵심 단어만 추출해서 새 메모를 만들고 질문 도중 잊었을 시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살짝 메모지의 다음 핵심어를 보고 말을 잇는 식이죠. 아직은 이론 단계이긴 하지만 이미지 트레이닝과 사전 토론시의 연습을 통해 실전에 투입하는 게 가능하리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영어토론할 때 심판이나 토론자로서 말해야 할 때도 대개 문장보다는 핵심 단어들을 훑어가며 얘기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고요.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집에 왔을 때 어머니가 '많이 성장했다'라고 말씀하신 것과, 작가님이 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질문 잘 하시네요'란 말씀을 해 주신 것들이죠. 제 자신이 채점할 때는 100점 만점에 40점 짜리라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세계적으로 말 잘하는 사람들도 저보다 말 못하는 시기가 있었음을 위안삼으며 다음주를 준비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