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수기
오늘은, 다른 참가자들과 명함 교환을 하느라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난 어디까지나 영어 토론을 경험하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기에 대한 정보를 얻을 계기를 마련하며, 최대한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알고 싶어 이 행사에 참여했기에 명함 교환을 위해 세웠던 다음 2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최대한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로부터 명함을 얻는다. 이를 위해, 한국인과의 명함 교환은 가급적 자제한다.
둘째, 가급적 많은 패널과 명함을 교환해서 추후에 메일로 토론이나 기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기 위한 통로를 마련한다.
오늘 이 원칙을 가급적 지키면서 시간 날 때마다 명함을 교환했다. 정리도 안하고 두서없이 명함을 교환하다 보니, 어느새 배분받은 명함의 반 이상을 써버렸다. 거기다, 비록 10장 내외긴 하지만, 같은 참가자와 명함 교환을 2번 이상씩 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명함을 알파벳순으로 정리하다보니, 마치 세계의 모든 정보를 한 손에 움켜쥔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내일부터는 위 원칙을 다소 덜 지켜도 될 만큼 많은 명함을 받았고, 정돈된 명함을 체크하면서 중복되지 않게 명함 교환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다른 것으로는, 세션에 참가해서 발표자들을 보면서, '책 읽듯이' 발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시민청년포럼 홈페이지에 보면 패널들이 등록한 에세이가 있는데, 대체로 많은 조사와 검토를 거친, 잘 구성된 글들이었다. 하지만, 말하기를 할 때는 역동성이 충분해야 청중들이 이해하기 쉽고 자극받고 집중하기가 좋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이 유독 피곤하고 영어듣기 실력이 모자라서 집중하기 힘들었던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내가 패널을 할 때 확실히 '청중과 소통하는 말하기'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긴 했다. 그리고, 내 자신이 자신감도 부족했고, 에세이들을 일일이 읽고 세션에 대비할 만한 시간적, 정신적 여력이 부족해서 질문 거리를 메모해 놓고도 입을 딱 한번 밖에 열지 못했다. 서울과 용인을 매일 오가야 하다 보니 내일과 모레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겠고 에세이를 미리 읽고 가지는 못하겠지만, 실패를 두려워 않고 배우겠다는 자세로 최대한 있는 힘을 짜내서 남은 세션에서는 질문을 쏟아낼 생각이다.
도전 월드벨에 참여한 것도 굉장히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마음 한켠에 늘 골든벨에 나가고픈 마음이 있었으나 아쉽게도 경험 못한 채 졸업해야 했다. 나는 첫 퀴즈대회 참가에서 패자부활전 직전까지 살아남았던 8명의 일원이었고, 내 자신의 이름을 마음껏 외쳤으며, 장기자랑의 첫번째 참가자로서 Courageous guy라는 별명 또한 가지게 되었다. 이만하면, 꽤 만족스러운 성과였고 즐거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자랑 마지막에 4개 국어로 인사를 했더라면 보다 강력한 호소력을 가질 수도 있었을 테고, '힘이 넘치는 스타일'만을 고수하여 보다 강한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의외성'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춤 출 때도 아예 넋놓고 훨씬 역동적으로 출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패자부활전 바로 다음 문제에서 떨어진 게 아쉬웠다. 하지만, '퀴즈 대회'에서 끝까지 끌고 가려면 '잡다한 상식'들을 고시 공부하듯 열심히 익히는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확률적으로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정말 뜻깊은 추억이었고 내 자신의 이름을 정말이지 제대로 홍보한 듯하다.
강연 또한 인상적이었다. 동시통역기는 여전히 안 쓰고 들었는데, 오늘은 평균적으로 60~70% 정도로 이해한 듯했고, 나머지는 내 자신의 배경지식을 활용해 강의의 흐름을 따라가는 식으로 메워서 대략 핵심은 파악한 듯하다. 다시금 느끼는 것이지만, 내 자신은 이제부터 배움을 시작하는 것이고, 내가 살아있는한, 나는 배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